2015. 8. 25. 10:50ㆍ山/산행 일기
산행 장소 : 거림 ~ 중산리 / 지리산 (2015년 서른 번째 산행) 413 - 314
산행 일시 : 2015 년 08 월 23 일
산행 코스 : 거림 → 세석 → 촛대봉 → 삼신봉 → 연하봉 → 제석봉 → 천왕봉 → 중산리
산행 거리 : 약 15.2 Km
산행 시간 : 11 시간
산행 날씨 : 바람이 오고 갔고 빗방울도 오고 갔다... 고산화원의 들국화 가을향기는 가는 걸음마다 나를 몽롱하게 만들었다...
들 머리와 날 머리 : 거림 ~ 중산리
02 시 45 분
별하나 보이지 않는 칠흑 같은 어둠속에서 걸음은 산으로 향합니다.
[촛대봉에서 천왕봉을 응시하다... / 05 : 47]
산
무엇인지...
삶
무엇인지...
걸음이 빠른 산우들은 이미 지나갔습니다.
걸음이 늦은 산우들은 아직 어둠이 가시지 않은 숲 한가운데 있을겁니다.
함께 오른 산우들이 하루의 시작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해는 이쯤에서...
아니 저쯤에서...
곧
가려질 이야기를 나누기도 합니다.
촛대봉...
추억들 켜켜이 쌓여있는 곳 입니다.
그래서인지...
산 아래에서의 그리움은 늘 가득합니다.
[일출... / 05 : 58]
그냥 좋습니다...
가늘게 퍼져 나오는 감정을 억누릅니다.
내가 한말이 맞았다고 우쭐대지 않습니다.
해는 동쪽에서 떠올라 가늘게 열린 구름 틈으로 잠시 얼굴을 내밀고 금세 사라집니다.
이 만큼도...
내게는 큰 행운입니다.
소원을 말하지 않았습니다.
딱히 정해놓은 소원이 없기 때문입니다..
지리산엔
소쩍새가 많이 울었는가 봅니다.
가을 들국화가 온 산을 흐드러지게 덮었습니다.
산 오이풀도
지리산과 참 잘 어울리는 꽃이라는걸 알았습니다.
멀리...
천왕봉을 바라봅니다.
이것저것 정성을 담아준 산아래 친구를 생각합니다.
친구는 함께하지 못하는 것에 더 미안해 하였습니다.
세상엔 곱고 정많은 사람들이 많습니다.
인사합니다...
꽃을 보고...
하늘을 보고...
기다립니다...
아직도 저 아래에서 땀과 가쁜 호흡을 몰아쉴 산우에게
응원을 보냅니다...
눈앞에 꽃을 담지만...
마음은 먼 산정에 가있습니다.
산우들을 불렀습니다.
꽃보다 덜하기에 멀찍이 세웠습니다.
산 오이풀도 평생을 천왕봉만 바라보고 살았습니다.
결국 바라만 보다가...
그러다...
우리네 인생도 그렇게 가겠지요.
늦게 도착한 부부입니다.
천왕봉을 바라보라 하였습니다...
오늘도 살아 있음에...
또한 이 길을 걸을 수 있음에 감사합니다.
호된 비 바람과 목마른 갈증을 이기며
곱게 피어난 자연에게 배웁니다.
사는것을...
어느덧 머문지 한시간이 지나고 있습니다...
그간 몸살을 앓게 하던 그리움은 하나.. 둘.. 떨쳐지는듯 하지만.
그리움엔 마침표가 없다고 하지 않았던가요....
일어섭니다.
[촛대봉에서... / 06 : 54]
뒤에 오는 산우들은 허기 부터 달래고 오겠다는 에코가 있었습니다.
늦어도 할 것은 다하고 다니는 친구들입니다.
[07 : 14]
[송이풀]
금세 봉우리 하나 너머
뒤돌아 봅니다.
[촛대봉...]
[화장봉에서 본 연하봉... 천왕봉... / 07 : 48]
[투구꽃...]
[연하봉...]
하나...
둘....
가을에는 가만히 있어야지
올 가을엔 아무 곳도 가지 말아야지
그랬습니다...
지나가는 길목마다 구절초의 아찔한 향기가 퍼져
발걸음 조차 몽롱해지는 가을이
또 온 것입니다...
[08 : 06]
가을에는
정말 이길을 걷지 말아야지
그렇게 마음먹고도 또 올 수밖에 없었습니다.
핑계인가요...
[08 : 14]
[장터목에서... / 09 : 27]
꾸역꾸역 배를 채움니다.
한 시간이 흘렀습니다.
탈출하려는 산우의 고집을 끝까지 만류하지 못했습니다.
조심하라고...
미안한 눈길만 보냈습니다.
[재석봉을 오르면서... / 09 : 42]
세월의 흐름을 거부할 수 없고,
우리 육체 또한 쇠약해짐을 탓할 수 있을까요.
용기와 의욕만으로는 되지 않음에 지나간 시간들을 아쉬워만 하는 것 이겠지요...
오릅니다.
이 계절엔
사연 많은 재석봉에서
가슴 아파하지 않아도 되겠습니다...
모두가 눈에 익숙한 풍경입니다.
보이지 않는것을 애써 찾으려 하지만 보이지 않습니다.
고사목의 앙상한 가지도 하나 둘 세월에 내어주고
그나마 몇 그루 남아있지 않습니다.
잊혀진다는 것이 슬픈 것이 아니고
기억에서 점점 멀어지는 세월의 무상함에 애달파할 따름입니다.
재석봉이
인간에 주는 교훈입니다.
바뀐 풍경들을
또 기억시키려 애씁니다.
[09 : 54]
[투구꽃... ]
[동자꽃...]
[가을...]
[용담...]
[통천문을 오르며... / 10 : 17]
늦은 나이에
큰 용기를 내어 천왕봉을 함께 오르는 산우가 있습니다.
이야기해 줍니다.
봄부터 그렇게 울었노라고...
울다가 울다가 나는 것을 잊어버리고
돌이 되어버린 새가 있노라고...
울고 싶을 때도...
눈물을 뿌리면서도 멈추어서는 안 되는 것이 우리의 삶이라고...
자연의 섭리를 배우며
한걸음 한걸음 도전하는 당신에 박수를 보냅니다.
[지나온 능선...]
[반야봉...]
신이 만들어 놓은 색의 조합입니다.
경이롭습니다.
피어 오르는 구름도
배경이 되어줍니다.
모질게 자라 환하게 웃어주는
그 들의 생명력도 아름답습니다.
[고산화원... 천왕봉...]
삶과 죽음이...
조화롭게 하나로 어우러지는 곳입니다.
고산화원 아니...
천상의 화원 "智異" 입니다...
[10 : 50]
16번째 올랐습니다.
오늘은 산우들 덕분에 덤으로 올랐습니다.
의욕으로 가득한 산우들께 감사합니다.
[천왕봉에서...]
옅은 구름이
산 허리를 어루만지며...
나의 피폐해진 상처까지도 치유해줍니다.
치유 받습니다.
치유 받으며 행복해 합니다.
오늘은 행복해 하여도 된다고 일러줍니다.
이제...
멀리 전설의 산같이 떠있는
반야봉에 안녕을 고할 시간입니다.
[11 : 11]
이정표를 봅니다.
얼마를 왔고 만 보입니다.
얼마를 더 걸어야 하는가에 대한 두려움은 없습니다.
내려섭니다.
이것이
내가... 우리가...
길들여진 삶의 방식입니다.
[중산리 탐방 안내소... / 13: 43]
몽롱한 꿈길을 헤매듯 걸어...
돌아왔습니다.
내 인생에 이정표가 없다는 것.
거짓입니다.
우리네 삶의 이정표에서
남은 거리를 알 수 없다는 것...
그것을
이야기 하는 것일 겁니다.
촛대봉에서 산우를 기다리다.1시간. 장터목에서 아침을 먹다. 1시간 천왕봉에서 머무르다.30 분 하산중 배낭을 비우다.30분 |
|
뒷풀이 / 거북이식당 지리산 흑돼지 삼겹살 |
친절 : ★★★☆☆ / 맛 : ★★★★☆ / 가격 : ★★★☆☆ |
'山 > 산행 일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울산바위 / 드라마같은 날씨속에 힐링을 하다... (1) | 2015.09.09 |
---|---|
백암봉 ~ 월성재 / 안개속으로 가을이 스며들다... (0) | 2015.09.08 |
육십령 ~ 월성치 / 뜨거운 폭염 그 속에서 가을을 접하다... (2) | 2015.08.17 |
가칠산 / 삼둔오가리 원시림 속으로 숨어들다. (0) | 2015.08.10 |
설악산 / 당신 덕분에 많이 행복했습니다. (0) | 2015.08.03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