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악산 2/2 [용아장성]

2008. 8. 15. 13:04山/산행 일기

 

오늘은

건국 60 주년 ... 광복 63 주년...

빨강글씨~

미루어 오던 지난 산행일기를

별로 할 일도 없고 하여~

쫌~ 길게 써봤습니다.^^*

읽다가 졸리심... 다음에~ 또... 그 다음에 읽으셔도 됩니다~ㅎㅎ

 


 

그리 넓지 않은~

산정의 분위기는 늘~ 이러하다.

정상석에서

증명사진을 꼭... 찍어야 하는 사람~

어딘가 전화하여 ...

보이지 않는 산정의 분위기를 생중계 하는 사람~

스스로의 감정을 억누르지 못하여...

누군가에게서 위로를 받고 싶어 몸살을 하는사람~

내려다 보이는

자연을 홀로 만끽하며 감격해 하는 사람~

정신없이

카메라의 셔터만 누르는 사람~ ^^


 

이러한 산정의 풍경과...

운해의 황홀경에서 깨어나 오늘의 목적지인 숨은(?) 숨겨놓은 비경을 향하여 발 걸음을 재촉한다.



 

가까이 중청 산장이 보이고

그 너머 설악의 마스코트가 되어버린~

공룡 알 큰 것 두개, 작은 것 세개가 나란히 알에서 깨어날 시간만 기다리며 아침 햇살을 즐기고 있다.



 

중청을 지나 소청에 이른다 ~

갈림길의 이정표에는 오늘 내가 가야할 정보를 안내 하지 않는다.

가지 말라는 이야기겠지요... -.-;;;



 

枯死木 아래 소청 산장이 살며시 보이고...



 

드디어 오늘 내가 가려고 하는 능선의 일부가 눈앞에 조망된다~

龍 牙 長 城 ...



 

봉정암 에서

떡과 과일로 간단한 아침을 해결하고

물을 충분히 확보하여 용아장성을 향해 나선다.



 

자신도 모르게~

파고드는 긴장감을 마음속 깊이 억누르며...

봉정암 사리탑 옆 철조망을 넘어 숲으로 발을 들여 놓는다.

 

    

 

썩~

달갑지 않은 글귀가...

울타리를 넘지 말라고 경고 하지만,오늘은 그 것을 못 본척 할수 밖에...



 

출입을 제한하고 있는 곳 답게,

길의 흔적은 보이지 않고 어느 방향으로 가야 할지 판단이 서질 않는다...



 

들 머리부터 가파른 사면을 헤매며

아무리 찾아도 사람이 다닌 흔적이라곤 보이질 않는다.

시작을 잘못 하였나 보다~



 

쌓인 낙엽과 우거진 숲,

그리고 며칠 내린 비는 길의 흔적을 지워버렸고...

한 시간여 가파른 비알을 헤매며 가까스로 촛대처럼 날카로운 봉우리 바로 밑 능선에 도착한다.



 

이제 본격적인

용아장성 의 등반이 시작되는 것이다.



 

50 m 는 됨직한 골짜기 형태의 절벽 아래로 한발...또 한발~

홀더를 찾아 발걸음을 조금씩 옮기니, 20 m 정도 수직에 가까운 절벽이 눈앞을 가로 막는다.


 

첫 어려운 관문인 직벽을 만났다.

직벽엔 낡은 자일이 덩그러이 하나 걸려있으나...



 

암벽 틈과 돌출 부분을 이용하여 네발로 기어오른다.

올라서 내려다보니...

아찔할 뿐이다~



 

만만하게 보여도...

용아장성 에서 사고가 가장 많은 곳 중의 한 곳 이라한다.

 

 

용아장성 (龍牙長城 ) ...



 

산꾼 이라면~

그 이름만으로도 설레임을 느끼는 곳...

누구나 한번쯤은 그의 유혹에 깊게 빠지고 싶은 곳...



 

봉정암 사리탑을 기점으로,

東 으로는

가야동 계곡과 만경대, 공룡능선을 거느리고...



 

西 로는

수렴동, 구곡담 계곡을 끼고 서북 주릉이 장대하게 펼쳐져 있으며...



 

내 설악의 그 중심에 자리한 용아장성은

20 여 개의 크고 작은 암봉 들이 용의 송곳니처럼 솟아있다.



 

설악을

더욱 설악답게 구성하고있는

용아장성과 화채능선, 그리고 서북능선과 공룡능선의~



 

수려하면서도 웅장한 모습을,

이곳에 올라야~ 비로소 제대로 만날 수 있는 것.



 

소청산장이 시야에서 멀어지면서~

해는 중천으로 오르고... 복중의 날씨는 그 면모를 발휘하기 시작한다.

땀은 소나기 오듯 흐른다~



 

용의 이빨같이 날카롭게 생긴 암봉들을 하나씩 오르내릴 때 마다

긴장감은 더 해지고 ...



 

암벽 틈에 매달린 잡초의 미소는 움츠려진 나의 마음을 녹여주지만~

자신과의 싸움은 계속된다...


 

용아장성 은

순간의 방심과 실수를 허용하지 않을 정도로 위험 하지만 ~


 

위험한 만큼

전해오는 짜릿한 스릴과 아름다운 풍광을 함께 느낄 수 있어 행복한 곳이라 말하고 싶다.


 

 

왼쪽으로는

구곡담 계곡 너머 서북 주능과 귀떼기청봉을 즐기고,



 

돌아서 가야동 계곡 너머,

공룡능선의 웅장한 암벽들이 위압적으로 내려다 보는 풍광에 행복해 할 수 있는 아름다움~



 

그런...

감성으로 살며시 눈을 감고 한폭의 동양화를 그려보지만...

내겐 역부족인 듯...

그려지질 않는다.



 

자연이 만들어 놓은 구멍을 통과하기도 하고~

때로는 똑 바로 걷지 못하고 옆으로 몸을 비틀어 좁은 바위틈을 지나야 한다.



 

국립공원 관리소에서는 안전이란 명분으로

설악의 비경 용아 장성을 몇 년째... 또 앞으로 얼마나 통제하려는지...

기약이 없다.



 

자연 휴식년제나 생태계보호가 필요한 지역을 통제 하는 것에는 적극 찬성하고 동의 하지만,

탐방객의 안전을 보장 할 수 없다는 이유만으로 기약없이 통제 한다는 것은 납득하기 힘든 부분이다.


 

예산이 없다는 타령..

해외로 빠져 나가는 관광 비용을 국내로 돌릴 방안을 모색할 생각은 없는지...



 

언제까지...

우리의 산하를 도둑질하듯이 훔쳐만 보아야 하는가 !!!

 

 

하나같이

아름답고 웅장하기에 용아라 하였나 ~

 

 

그 뾰족한 용의 이빨에...

미끄러지지 않고 붙을 수 있는,

부분들을 용케도 찾아내 겁도 없이 오르는 산객들이 신기해 보일 뿐~

 

 

오르는 사람은

자신이 어떤 곳을 지나는지 모를것이다.



 

그저 오를수 있기에 오르는 것~

그리고 디딜 곳이 있으니 디딜 뿐이다.

 

 

큰 암봉을 오르고 우회하며~

날카로운 칼날 능선을 두 발로 또는 네 발로 기어서...



 

봉우리의 정상에 오를때마다

지나온 첨봉들을 돌아보면 그 아름다움에 넋을 놓는다.



 

아~ 어찌하여 조물주는

이렇게 아름다운 보석을 내 설악 한 가운데에 만들어 놓으셨을까....



 

진행 방향의 화강암 봉우리들은

태양의 빛을 받아~ 그 아름다움을 밝게 빛내고...



 

암봉의 틈새에 자리잡고있는

초록빛 생명들은 더욱 푸른 빛을 발하고 있다.

 



 

급경사의 날카로운 바위 능선을...



 

칼날 위를 걷듯이

아슬아슬하게 걷지만 힘들게 느껴지지는 않는다.



 

가끔 자일을 이용하여야만 하는 암벽도

한 발짝만 잘못 디디면 까마득히 절벽 아래로 떨어지는 칼 바위도



 

폭 1 m 도 안 되는

절벽 능선을 수십 미터씩 이동하여야 하지만...

 

 

용아장성은

오르는 자와 한 몸이 되어 서로를 지켜주고 있는 것 이다.


 

 


 

 

 


 


 

 

왼쪽...

까마득한 직벽 아래로 수렴동 계곡이 햇빛에 반짝인다.

 

 

용아장성은 암봉으로 이어져 물을 구할 수 없기에

충분한(2ℓ) 식수를 가지고 출발 했음에도 최후의 한 모금 만이 남아 있다.

 

 

마신 물은 모두 땀으로 흘러 내리고

계곡을 만난다면 온 몸을 던져 그대로 풍덩~

행복한 상상으로 갈증을 달래본다...



 


 

공룡능선 아래로 오세암이 보인다.

이제 서서히 능선이 끝 지점으로 도달하는 것이다.



 

용아장성

최고의 난 코스인 공포의 옥녀봉 개구멍 바위가 앞을 가로 막는다.

개처럼 기어서 들어가야만 통과가 된다는...

좁은 암릉에서 옥녀봉을 힐긋 내려다 본다~

좌우 수십길 낭떠러지에

옥녀봉 하나 달랑 보이고 옥녀봉 이마에 새겨진 낡은 추모판을 보자 오금이 저려온다...

이곳에서 잠드신 분들께 잠시 머리 조아려 추모하며~

마음을 가다듬는다.

 

카메라를 배낭속으로 챙기고 몸을 간편하게 만든다.

2m 정도의 직벽 바위 턱을 자일에 의지해 내려서서

자일과 슬링을 이용하여,

바위를 감싸 안고 게걸음으로 옥녀봉을 돌아야 한다.

작은 실수 하나는...

까마득한 낭떠러지 아래로 영원히 돌아올수 없는 길을 가야 한다는 ~

나도 모르게 자일을 잡은 손에 힘이 들어가고,

식은 땀이 흐른다.

개구멍 바위를 조심스럽게 통과한다.

휴~

아직 살아있구나~

그러나 그것도 잠시뿐...

또 하나의 난코스인, 뜀 바위가 기다리고 있다.

뜀 바위 구간은 약 1m 남짓하나


양측이 경사진 암벽으로 착지점도 경사진 바위가 약간 튀어나온 곳으로 착지와 동시에 양손으로 바위 틈새를 잡아야 한다.

뛰기가 어려운 것은 아니나,

수십미터 절벽이 주는 공포의 흡인력...

배낭을 메고 뛰어야 하는데...

오직 담력과 정확한 착지만이 생명을 부지 할수 있을 뿐~

 

      

 

아래 계곡에서...

이 산의 끝이 어딘지 가늠조차 하지 못할 때가 있었다.

 

오늘...

손바닥 안에 그려 넣듯이~

설악을 한눈에 그리며, 지척에서 그의 숨결을 느끼니,

 

내가~

그 끝자락의 암봉이된듯하고...

암벽 위의 한 그루 푸른 솔이 된듯하다.

 

[용아장성에서 잠시 쉬며...]

 

 


 

 



용아장성의

어려운 숙제를 모두 마치고 수렴동 계곡으로 하산한다.

하산길 역시~

어디가 어딘지 분간을 할수 없고,

계곡을 따라 미끄러지며 구르며 길을 개척하면서 끝없이 내려간다.

 

드디어...

계곡의 물소리가 가깝게 들려오고 시원한 물이흐른다.

배낭만 벗어 던지고...

입은 옷 그대로 물속에 풍덩 뛰어든다.

아무런 생각도 없이 흐르는 물과 바위와 하나가 되어 잠시 눈을 감는다.

그리고 눈을 뜬다.

파란 하늘과 뜨겁게 내려 쬐는 태양만이 있을뿐~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다~

7시간에 걸친

용아장성 의 종주는 끝났지만...

아직도 용아장성의 꼭대기에 서있는 것 같은 기분이다.

 

수렴동 대피소가 보인다.

우리는 통제구역을 들어간 죄(?)값을 치르고 ...

영시암을 거쳐 백담사까지 지루한 8 Km 를 터벅터벅 걷는다...

 

무엇을 보았을까...

무엇을 버리고 가는 것 일까...

지금은 아무런 생각도 나지 않는다.

 

[설악에 와서...벡년고독...]

 


      

 

 

 

 

 

 

 



' > 산행 일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소백산 / 운해와 야생화  (20) 2008.08.28
소백산[일출]  (17) 2008.08.26
설악산 1/2 [운해]  (17) 2008.08.11
무건리 계곡  (28) 2008.08.04
대야산  (18) 2008.07.2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