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 덕유산

2008. 12. 21. 22:25山/산행 일기

 

산행 장소 : 남 덕유산 (2008년 마흔 여덟 번째 산행) 92

산행 일시 : 2008 년12 월21일

산행 코스 : 육십령 → 할미봉 → 덕유 삼거리 → 서봉 → 남덕유산 → 월성재 → 황점마을

산행 거리 : 약12 Km

산행 시간 : 6.5 시간

산행 날씨 : 흐림 ... 눈... 갬.

들 머리와 날 머리 : 육십령, 황점

 

가로등 불빛 사이로 하얀 눈이 내립니다.

바람을 스치며 마을 어귀를 나섭니다.

오가는 발 걸음은

매주 일요일 저와 부딪히는 걸음 걸음입니다.

부지런함이 오가며 남긴 발자국이 하루를 아름답게 열고 있습니다. 

 


 

구름도~

쉬어 넘는 육십령...

六十嶺은

예부터 험준하고 화적 떼들이 들 끓어서

이 고개를 넘을 때에는

육십 명 이상 무리를 지어 넘어야 안전하게 넘을 수 있다하여

육십령이라 전해지고 있다는데... 경남 함양군 서상면과 전북 장수군 장계면의 경계에 있는 곳입니다.



 

하늘이...

낮게 내려 앉았습니다~



 

아껴 두었던 남 덕유산...

더~이상 마음 속으로만 그릴 수 가 없기에

오늘...

올라 봅니다.



[할미봉]

 

안내판엔

지리산의 천왕봉도...

지척의 백운산도 보인다고 그려 놓았습니다.

그러나...

백두대간의 준봉들을

할미의 심술로 모두 가렸습니다.

텅 빈 허공만 있을 뿐...

오늘...이 할미의 심기가 많이 불편하신가 봅니다.~^^




 


 

심술은...

떠나는 길몫까지 방해를 합니다.

가파른 바위를 밤새 꽁꽁 얼려 놓았습니다.

손주들이 그 품에서 벗어 나려고 안간힘을 다합니다.

낡고 긴 밧줄을

세 개나 건너 잡아야 할미의 심술에서 헤어날 수 있습니다.




 

[할미봉]



 

가까스로 벗어나니~

하늘이 조금씩 열리기 시작 합니다.

인자하신 우리네 할머니와는 많이 다른 것 같습니다.

 



 

긴~ 겨울을 지나

봄으로 가는 날씨 같다고

스치며 지나는 山客이 말합니다...

오늘이 동지인데...

동짓날 山中 날씨는 그만큼 變化無常 합니다.




 

[지나온 할미봉]

 

冬至란 말이 나오니 ...

멀리 보이는 할미께 미안한 마음이 듭니다.

팥죽이라도 좀 쑤어 왔으면 마음이 한결 편안 하셨을 텐데...

언젠가 제 누이가

저녁 굶은 시어미의 마음을 아느냐고 하시더군요^^

무슨 뜻인지 그땐 갸웃 했었는데~그런가 봅니다...


다행이~

조금은 누그러지신 듯 해 보여 마음이 편합니다.

 



 

아무리 타일러도

옷을 벗어 버리던 나무들...

텅 빈 가지엔 서리꽃이 피기 시작 합니다.

가냘픈 가지를 흔들며 윙윙거립니다.

춥다고...

그러나 외면하고 돌아설 수 밖에 없습니다.



 

바람이 세찹니다.

구름이 또 몰려 옵니다.

하얀 싸라기 눈이 흩 날리기 시작합니다.



 

몸짓도 없애고... 소리도 죽이고...

낮은 자세로 추운 겨울을 이기려 하는 山竹이 애처롭습니다.

외면하며 돌아섰던...

깊지 못한 행동으로 가슴이 시려옵니다.

 

 

구름과 바람이

노니는 모습이 장관입니다.

바람은 쌓인 눈을 날려 보냅니다.

구름은 그 자리에 또 다시 흰 눈을 뿌려 줍니다.



 

잠시 머물러 봅니다.

그들이 만드는 겨울의 풍광을 함께 즐겨 봅니다.




 





 




 

아무에게도

이야기 할 수 없는 애틋한 사연들이...


운명의 비늘처럼~

소복소복 쌓여지는 산등성이의 하얀 눈...

하늘이 토해 내는 그 빛에...

온통 파란 바닷속의 산호초(珊瑚礁)가 되어버린 것 같습니다.

 

 

山 이 바다가 되었습니다.

남 덕유 海 의 청정 산호초(山好草)가 끝없이 펼쳐집니다.



 

몰아치는 눈보라에 사진을 담을 수 없습니다...

버프를 꺼내 카메라를 감싸봅니다.

훌륭한 커버가 되었습니다.

 



 




[서봉 / 1,492m]




 

[정상 / 1,507m]

 

산정에서

자연이 그리다 남겨 놓은 그림을 그려봅니다...


멀리 지리의 모습과

끝없이 이어지는대간 마루금 을 빈 餘白 속에 채워 넣습니다.

 

北으로...



南으로...



西로...



東으로....



 

생각 합니다.

그리고...

마음속에 畵具 를 내려 놓습니다.

제가 그려야 할 그림이 아니라는 것을 깨닫게 합니다.

자연만이 그릴수 있는 영역을 감히~

넘 보았습니다.



 

착각 속에서~

남 덕유 하늘에 잡혀 있다가... 아쉬움만 뒤로하고 내려섭니다.

산정의 암봉과

그리다 만 山景을 덩그러니 남겨 놓은 채...

 


 

자연이 그리는 風光은

사시 사철 아름답지 않은 곳이 없습니다.

그것을 철없는

인간이 함부로 그리려 하였습니다.




 





 




 

잊을까 두려워...

마음속 깊이 담고 또 담아봅니다.

그리움이 몰려올 때...

다시 이 곳을 찾을 수 없을 때...

그때 마다

담아둔 서랍(舌盒)을 기억하고 열 수 있으려는지 ~~~ -.-;;;

 




 


서둘러 달려온 시간 속에서...

走馬看山 지나온 삶의 행적이 또렷하지 않은 허전함으로 엉겨 옵니다.



 

계곡물이

강으로 흘러 들어가 듯...




 

다시...

문명이 오가는 한 모퉁이에 내려 왔습니다.

서쪽 하늘에 걸려

바람 속으로 흐르는 시간들...

이런 날엔 슬쩍 늦추어 줄 수도 있을 텐데...

움츠려 드는 마음으로

지나간 시간에 아쉬운 미련을 갖습니다.

 

어느새

2008년의

마지막 잎새를 바라봅니다.

또...

하나를 더하고~

또...

하나를 빼야 하는가 봅니다...

나의 意志와 아무런 상관(相關) 없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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