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 2. 23. 21:23ㆍ山/산행 일기
산행 장소 : 남 덕유산(2009년 열번째 산행) 98
산행 일시 : 2009 년02 월22 일
산행 코스 : 영각사 → 영각재 → 남덕유산 (1,507m) → 삼거리 →월성재 →황점마을
산행 거리 : 약10 Km
산행 시간 : 6 시간
산행 날씨 : 비, 진눈개비, 눈, 비, 바람...
들 머리와 날 머리 : 영각사~ 황점 마을
굵은~
빗방울이
차창에 부딪칩니다.
가슴에 화살이 꽂히는 것 같습니다.
들 머리에선...
눈도 아닌 것이,그렇다고 비도 아닌 것이, 옷을 적십니다.
봄비던,
겨울 비던, 간 절기의 진눈개비던 개의치 않습니다.
09시 45분 산을 오릅니다.
12월 남 덕유산, 지난 달 덕유산,
그리고 오늘...
왜 ?
또 ...
하필이면,
덕유산을 찾았느냐 묻지 마십시요.
꽁꽁 언 강물이 풀리기 전에
다시 한 번칼 바람에 베이고 싶었냐고 묻지 마십시요.
그냥 그렇게~
바람이 되고 싶었겠지 라고 생각하여 주십시요.
능선 위 하얀 겨울이 지워지기 전에
다시 한번 폭설에 묻히고 싶었냐고 묻지 마십시요.
그냥 그렇게~
하얀 눈이 되고 싶었겠지 라고 생각 하여 주십시요.
뿌연 가스층을 뚫고 보이는 산정은 하얗습니다.
산에는...
하얀 눈이 기다린다는 설렘에...
꽂혔던 화살이 하나, 둘... 빠지기 시작합니다.
산으로 숨어 들면서
진눈개비는 주먹만한 눈 꽃송이로 바뀌고 있습니다.
봄기운이 만연한 대지는...
그를 쉬 받아드리려 하지 않지만~
쉴틈없이
땅으로... 나뭇가지로...
나의 몸으로 떨어지면서 자신을 산화(散華) 시킵니다.
겨울의 눈물이 되어버립니다.
바람이 불어 옵니다.
볼을 에이는 무서운 칼 바람은 아니어도...
눈이 쏟아집니다.
떨어지는 가속도에 머리가 깨질 정도는 아니어도...
불어오는 바람에 실려...
흔적 없이 사라지고 싶은 마음입니다.
내리는 눈이 되어 ...
온 세상을 하얗게 덮어 버리고 싶은 마음입니다.
카메라 렌즈에 눈과 빗방울이 묻어 큰 반점이 따라 다닙니다.
지울 수도 있지만 그냥 올리겠습니다.
눈과 바람이
함께하는 산정에서
홀로 있는 그림을 담아봅니다.
슬퍼 보입니다.
둘을 담습니다.
그렇다고 지금의 내가 슬픈 건아닙니다.
내겐...
아주 근사한 친구보다
더 많은 행복을 느끼게하는 고독이 있습니다.
이야기 합니다.
고독(孤獨)과
고립(孤立)은 다르다고....
고립은 당하는 것이고...
고독은 스스로 선택하는 것입니다.
고독은 마음이 부유해지는 행위입니다.
산행에서도
늘~
고독한 걸음을 걷습니다.
홀로 걷는 것, 둘이 걷는 것,
또...
여럿이 걷는 것...
걸음에 담겨지는 내용물의 질량(質量)은 많이 다릅니다...
눈과 바람의
노여움은 여전합니다.
먹구름은 눈 보라의 횡포를 이겨내지 못하고 공범이 되었습니다.
흐릿한 안개,
눈보라, 심통 난 먹구름...
그 틈에 고독한 나뭇잎 하나가 표류합니다.
표류를 하더라도 목표는 있습니다.
비록...
비바람, 눈 보라에 뒹굴지만 목표한 곳 까지는 굴러 갈 것입니다.
그것이 우리의 삶입니다.
[남 덕유산 정상 / 1,507m]
복 받은 날...
고마운 하늘...
아름다운 하늘... 땅... 바람... 그리고 눈,눈,눈...
아무리
강하다 해도 오래가지 못합니다.
시간의 흐름 앞에선 영원하지 못합니다.
그 때문에
더~더욱 지나가는 것에...
그리움이 사무치는 것인지모르겠습니다.
내내 이런 겨울만 있는 모습이라면 애틋하지 않을 것 같습니다.
옷을 벗어 버린 텅 빈 나뭇가지엔
새 옷을 준비 하느라 물오름이 바쁜 소리를 들을 수있습니다.
우리의 希望 입니다.
남 덕유산의 겨울은...
비와 눈과 바람을 불러들입니다.
산화한 눈물은 안개를 만듭니다.
안개는 세력을 키워 구름을 만듭니다.
발걸음을 그리고...마음을 잡아 둡니다.
南 덕유산은~
이야기 합니다.
오늘 네게 보여줄 수 있는 모든 것을 보여주었노라고...
아낌도~ 미련도~ 남기지 않고...
모두를~
함께한 산우들...
모두가 느림보 산행을 즐기는 게으른 산꾼들입니다.
행복해 합니다.
그만 그만한 삶의 보따리를 짊어 지고 올랐습니다.
돌아가면 다시 채워지는 인생의 보따리지만... 지금 이곳에 부리고 있습니다.
행복한 시간을 펑펑 씁니다.
발걸음은 아낍니다...
게으른 산 꾼들의 전형적인 씀씀이 입니다.
또...
기다려 봅니다.
그 덕에 늘 앞섰다가
금세 꼴찌가 되는 것에도 이젠 익숙해져 있습니다.
뒤돌아보지 않으려 했건만
그래도...
미련이 남아 고개가 돌아갑니다..
길이 자꾸 줄어 든다는 건
희망이 줄어드는 것과도 같다는 생각은 사치인지 모르겠습니다.
비워져 버려 더 조용한 길 ...
편안한 하산 길을따라 급할 것 없는 걸음은
쉬엄쉬엄 겨울인지 봄인지 모를 풍경들을 주워 담습니다.
내리는 비와 함께
촉촉히 젖은 낙엽을 밟으며 ...
눈이 녹아 질척거리는 길도 걸으며 ...
한 없이 아름다운 징검다리와 작은 개울도 뛰어 넘습니다.
겨울이
눈물을 흘리고 있습니다.
눈물이 고인 자국을 따라 걷습니다.
이곳에
겨울의 슬픔이 녹아 있습니다.
아픔과 고통과 절망과 이별이 숨어 있습니다.
그 눈물을
더 깊이 따라가 봅니다.
기쁨과 감사와 사랑과 용서가 눈물 안에 담겨 있습니다.
눈물은
슬픔이 아닙니다.
영혼의 창을 맑게 씻어주는 치유(治癒)의 감로수(甘露水) 입니다.
서둘러 달려온 시간 속에서...
지나간 풍경들을 추스르며~ 또렷하지 않는 허전함이 밀려 듭니다.
얼었던 겨울이
봄 물 되어 강으로 흘러가듯이~
움츠려 드는
마음과 몸이 지나온 시간을 그리워합니다.
어느새...
내 나이 마흔 줄에올랐던
마지막 산으로 각인(刻印)되고 있습니다.
서쪽 하늘
앙상한 가지를 흔들며
지나가는 덧없는 바람처럼~ 흐르는시간들...
이런 날엔...
슬쩍 늦추어 줄 수도 있을 텐데...
人間 萬事 ~
一場春夢 ...塞翁之馬 ...
그~
반 나절 속에서또 하나를 더한다는 것,
또 하나를 먹어야 한다는 것,
참~
참으로...
의미 없고 맛 대가리 없는 것인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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