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변산

2009. 4. 13. 21:29山/산행 일기

 

 

산행 장소 : 내변산 / 부안(2009년 열 여섯번째 산행) 137 - 104

산행 일시 : 2009 년04 월12 일

산행 코스 : 남여치→월명암→ 선녀탕→ 직소폭포→ 재백이고개→ 관음봉→ 세봉→ 내소사→ 주차장

산행 거리 : 약10 Km

산행 시간 : 4.5 시간

산행 날씨 : 맑음.

들 머리와 날 머리 : 남여치 ~ 내소사 주차장

 

영국의 詩人 토머스 S 엘리엇은

그의詩 황무지 에서 "4월은 가장 잔인한 달" 이라고 했습니다.

왜 하필이면...

생명이 약동하는 4월을 잔인한 달이라고 했을까.

봄은 얼어붙은 땅에서 생명을 탄생시키지만

그것은 또 다른 고통의 시작일 뿐이니 잔인할 수밖에 없다고 생각한 것 아닐까요...

바로 이 땅의 초목들이 그런 "잔인한 4월" 을 맞고 있습니다.

매일같이 도처에서 일어나는 산불로

생명의 싹을 틔운 나무들이 무참하게 불에 타 숯덩이로 변하고 있는 것입니다.

오늘이곳에도

소방차를 대동한 소방대원들이 산불조심 캠페인을 벌리고 있습니다.

지난 수십 년간

땀과 노력으로 가꿔온 우리의 산림,

세계로 부터

유일한 성공 사례라고 칭송 받는 산림이

산불로 부터 안전하게 지켜질 수 있도록 우리 모두 노력하기를 기대해 봅니다.

 

청명과 한식인 지난주는 조상님 성묘로 산행을 걸렀습니다.

근심 어린 걱정을 주신 이웃님께 감사 합니다.




 


 

월영암 언덕엔

꽃 무릇 새순이 보리 싹처럼 파랗게 돋아났습니다.

잣나무아래

짙은 녹음은 여름을 이야기하는 듯 합니다.

 


[월영암]

 

남풍에 떠밀려

정신 없이 산을 오르지만,

기다리던 단비는 내리지 않고

서글픈 꽃비만 힘 없이 떨어져 나부끼고 있습니다.

 


 

하얀 눈 녹으면

뒤 따라 봄 비도 내려 주겠지~

너도 믿고...

나도 믿었는데...

바닥에 엎드려 헐떡이는 잡초는

마른 흙을 쥐어짜고.

목마른 대지는

하늘을 원망합니다.

 


 

넉넉지 못한 구름을 가진 하늘은

인간을 꾸짖지만.

내 가는 길에 웬~ 흙 먼지...

인간들은 또,

하늘만 바라봅니다.

 


 



 




 

물은...

스스로 흘러 내려왔지만.

인간의 욕망은 그 흐름마저 멈추게 하였습니다.

제 깊이를

훌쩍 넘긴 호수의 물은

절벽 아래 기대어 웅성웅성.

흐르고 픈

마음을 부둥켜 안은 채

시퍼렇게 멍든 가슴을 하소연 합니다.



 

[선녀탕]



 

나무 밑 둥치

듬성듬성 물 속에 고개를 박고 있다.

나도 따라 해 볼까나 슬며시 다가섰더니

물고기 자유로이 유영을 하네...

산이 있어 계곡이 있고

꽃이 있어 나비가 날아들고.

물이 있어 물고기 꼬이는 것은 당연한 일이거늘...

보고,

듣고,

생각을 하는 것인지~

생각은 있는 것인지~



 

[직소폭포]

 



 


 


 

직소폭포 내려섰다 너덜 길 오르는데

생강나무 노란 꽃

바람 타고 노닌다.

재백이고개 넘는 길에

행여나 변산 바람 꽃 마중 나왔을까.

이리 보고 저리 보아도 보이질 않는구나.


애꿎은 돌맹이만 굴리는 걸음걸이 지루하긴 하여도

길가의 풍경은 삽상하여라.

시간도 궁핍하여

발 바닥에 불이나 붙여 볼까 종종걸음 서두르니.

뱃속의 빚쟁이

달려들며 걸음을 멈추게 하네.

 


 


 



 

하늘은 푸르고

산은 연록의 옷을입는다.

꽃은 새 소리에 피어나고

골자기는 산 꾼의 노래에 메아리 친다.

온갖 만물은 평온한데

내 마음만 공연히 소란스럽구나...


[곰소만]

 

내변산의

하늘이 맑았던가.

구름은 몇 조각 있었던가.

산은 푸르던가...

계곡의 폭포는 흘렀던가.

겨울은 언제 갔고

봄을 쫓던 바람 소리는

꽃 피우는데 열중하고 있었던가.


 


 





 

[관음봉(좌) / 380봉(우)]

 

바다 위 파도 치는 물결처럼

희끗희끗 점점이 떠 있는 구름아래...

바람은 바쁘게 몰아치며

구름을 불러도 불러도 그 자리에 있습니다.

호수의 바람이...

바다의 바람이 또 그렇게 오고 갑니다.

 


 

오랜 시간 고난을 이기고

꽃을 피웠노라며...

급한 걸음 잡는이 있기에.

잠시 눈 맞추며 이야기 한번 들어 봅니다.

 

 

 

 



 

비 바람 추위를 견디며,

하얗게 덮힌 눈 속에서도 뜨거운 태양을 기다렸다고...

세상의 그 어떤 꽃도

흔들림 없이 피는 꽃은 없다고...

지금 당신이 흔들리고 있는것.

그 것은 아주 작은 일이라고...이야기 하더이다.


 

 

월명암, 선녀탕,

직소폭포, 재백이고개...

어디쯤 올랐고 어디쯤 지났을까.

산 아래 내소사보이니

남은 걸음 몇 걸음이나 될까~

손가락으로 헤아릴 만큼 남았는데...

버리려 가져온 것들은

좀처럼 떨어질 생각을 않는구나.

 


 



 





 



[관음전]



[내소사 벚꽃]

 

내변산 산 기슭

백제 고찰 내소사의 고요...

봄볕 따라 화사한 꽃잎 하나 둘...떨어지는

피안의 공간~

상념 담긴 보따리만 팽 겨치고

달아납니다.

 


 



[멀리 관음봉]

 

하루 종일

왔다 갔다~ 오르락 내리락~

떨어지지 않으려 발버둥치던 보따리는 가까스로 팽겨 쳤으나...

이제는

몸뚱이가 앙탈이네...

저무는 해에 기다림이 있어 좋은곳.

발 길은 또

그 곳으로 향하는구나.


내 하루쯤은

모든 것 내려 놓고 편히 쉬게 해 주리리...

지친 육체도...

고독한 영혼도...




 

 

 

 

' > 산행 일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비슬산  (0) 2009.04.27
강천산 / 광덕산  (0) 2009.04.20
웅산 / 진해  (1) 2009.03.31
월출산  (0) 2009.03.26
대둔산 / 월성봉  (0) 2009.03.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