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 10. 19. 22:09ㆍ山/산행 일기
산행 장소 : 오색 ~ 천불동 / 설악산 (2010년마흔 두번째 산행) 213 - 164
산행 일시 : 2010 년 10 월 17일
산행 코스 : 오색→ 대청봉(1,708m) → 중청대피소 → 소청 → 희운각대피소 → 천불동계곡 →양폭대피소 →비선대 →설악동
산행 거리 : 약16 Km
산행 시간 : 12 시간
산행 날씨 : 맑음...
들 머리와 날 머리 : 오색 ~ 설악동 C 주차장
02 : 00
한계령 휴게소는 불야성이다.
도로의 갓길은 소형차가 점유하고
휴게소 광장엔 대형버스와 잠을 잃은 단풍 객들로 분주하다.
02 : 20
버스는 한계령 고개를 넘어 오색 입구에 도착한다.
전국 각지에서 몰려든 차량... 그 곳에서 쏟아져 나오는 인파들...
어제도 6 만이 넘는 행락객이 찾았다는데...
고운 옷 갈아 입은 설악은 연일 얼마나 피곤할까..
[등반객들의 불빛]
오색 관리소의 문이 열리면서...
발 걸음은 바람을 가르듯 설악의 어둠 속으로 달린다.
뒤처지면 수 많은 인파에 밀려 5 Km 정상 까지의 길은 시간을 예측 할 수 없기 때문이다.
해발
1,000 m...
1,100 m.......1,500 m...
고도를 올리면서 속도를 조절한다.
피부에 와 닿는 기온이 여름과 가을밤의 느낌이 아니다.
05 : 00
1,600 고지에 오른다.
오늘 나의 옷 차림은 아직 겨울에 와 있지 못하다.
일출 시간에 맞추어 천천이 오르려 노력하지만..
뒤에서 밀어 올리는 인파의 힘과 땀이 식으면서 떨어지는 체온 때문에 제어가 쉽지 않다.
05 : 30
검은 구름이 동쪽 하늘의 반을 가리고 있다.
일출을 보기는 힘들겠구나...
그러나 미련이 남아 일출 시간 까지는...
대청봉 아래 바람을 피해 쭈그려 앉아 시간을 보내는데 졸음이 쏟아진다.
짙은 안개를 뚫고
희미하게나마 속초시내의 불빛이 졸리운 동공을 파고든다.
06 : 00
머리에 닿을듯한 높이로 지나는 구름의 위용은 언제나 공포스러움을 느끼게 한다.
찬바람의 고통과 인파의 소란스런 고함 소리는 정상의 기분을 앗아가 버린다.
06 : 20
대청봉 정상
정상석을 배경으로 인증샷을 찍기 위해 아우성들이다...
[하늘에 닿은 중청과 대피소...]
[대청봉]
06 : 40
중청 대피소를 지난다.
이곳에서 아침을 해결하려 하였으나 발 디딜 틈조차 없다.
[화채능선]
소청으로 가는길에 바라본 대청...
여전히 검은 구름 속에 가려져 있다.
[소청... / 07 : 10]
[천화대 / 天花臺]
07 : 20
희운각으로 향하며 하늘을 본다...
두터운 구름이 오고 가는 틈 속에서
하늘은 열릴 기미는 보이지만... 시간이 한참은 흘러야만 할 것 같다.
[천화대]
[잠시 조명이 드리운 범봉]
[공룡]
[공룡 능선의 침봉들...]
[신선대... / 08 : 00]
[무너미 고개에서... / 09 : 10]
희운각 대피소에서...
천천히 아침을 즐기고 천불동 계곡으로 향한다.
끊임없는 공룡능선의 유혹도 있지만, 지난 여름 그 안부를 확인하였기에 ...
이 가을...
천불동의 붉은 빛을 다시 보고 싶은 것이다.
[천불동 계곡으로 들다... / 09 : 40]
낙엽(落葉)
시간에 매달려
사색에 지친 몸이...
정적을 타고 내려
대지에 앉아 보니...
공간을 바꾼 탓인가
방랑길이 멀구나...
이희승(1896 ~ 1989) / 추삼제(秋三題)연시조 중 둘째 수...
[천당폭포]
[양폭]
10 : 30
천불동 계곡...
얼려온 막걸리가 그대로 얼음이다.
녹기를 기다리며 흘린 땀을 씻고 널찍한 바위에서 잠시 눈을 붙이려 애를 쓴다.
흐르는 물소리와
눈부시게 쏟아지는 볕은 어제와 다르지 않지만...
얼굴에 내려 앉는 부드러운 햇살 보다
귓가를 스치며 지나는 바람 소리가 더 크다는 것 을 느낄 수 있다.
한 동안 바람의 맛을 느끼며 즐기던 낮잠의 행복은 무엇으로 대체 시킬 것인지...
[양폭 대피소]
[비선대... / 13 : 00]
얕게 일렁이지만.
조금은 날카로운 바람에 쫓기며 비선대 앞을 지난다.
눈이 오던 날에도..비가 내리던 날에도..
어둠 속에서도..뜨거운 태양 아래에서도 수없이 걸었던 길...
작은 돌멩이 하나,
땅 바닥에 납작하게 엎드린 질경이 한 포기, 모두 눈에 익은 길...
13 : 40
조금은 혼잡하고 소란스러운 소 공원을 지나 나를 싣고 왔던 버스를 찾는다.
기사도 없는 텅 빈 버스에 오른다.
짐을 정리하고...
무엇을 기다리고 누구를 기다리는지 모르지만...
...기다린다.
18 : 30
무려 다섯 시간 가까이 기다려...
버스의 엔진에 시동이 걸리고 설악동 C 주차장을 출발한다.
가을의 부름이...
붉은빛 물드는 설악의 부름이 있어 막연히 친구 따라 왔다는
처녀산행 자 들의 무용담이 밀리는 귀경길 버스 속에서 끊이지 않고 들린다.
23 : 30
집을 나선지 만 24시간을 넘기고...
차 멀미에 시달린 파김치가 되어 출발하였던 그곳으로 돌아왔다.
남은 한줌의 힘으로...
보따리를 정리하고 샤워를 한다.
소화제 한 병으로 미식거리는 속을 달래고 잠자리에 떨어진다.
한 주가 지나기 전에...
나는 설악으로 가는 보따리를 또... 챙기고 있을테지...
피식~
바보같은 짧은 웃음이 안면을 스치며...꿈속으로 들었나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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