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라산 / 하얀 세상

2009. 1. 12. 20:50山/산행 일기

 

산행 장소 : 한라산 (2009년 세 번째 산행) 93

산행 일시 : 2009 년01 월11 일

산행 코스 : 어리목 → 사제비 동산 → 윗세오름 → 사제비 동산 → 어리목

산행 거리 : 약 10 Km

산행 시간 : 4 시간

산행 날씨 : 싸락눈, 바람

들 머리와 날 머리 : 어리목 삼거리 원점회귀




 

눈이 온답니다.

한라에 소낙눈이 내린답니다.

눈이오면 아이처럼 산으로 가고 싶어집니다.

雪景 자체가 환희지만,

純白의 고요야 말로 겨울이 주는 최고의 선물이 아닌가요.

그 선물을 받고 싶어 잠을 설칩니다.

도저히 근질거리는 발바닥을 잠재울 수 없습니다.

자신이 무슨 수행자도 아니고

그냥 소박한 우리의 자연을 닮아가고 싶은 간절함에 힘 입어...

겨우 해질 무렵에 표한 장 얻었습니다.



[어리목 입구]

 

영실 → 어리목...

나의 계획과 꿈일 뿐이었습니다.

오늘 한라산을 찾는 모든 등반객에게 어리목코스 하나만 개방 됩니다.

제주 시내 에서 한라산 어리목 입구까지 무료 셔틀 버스를 운행합니다.

덕분에 일행이 많이 생겼습니다.



 

아~~~

숨이 막혀 옵니다....

제주 深海의

산호초 숲으로 들어섰습니다.

한 마리 물고기 되어 거대한 산호초 숲을 유영(游泳) 합니다.

 

 















 


 

분명...

내 머리 위는 하늘일 것 이고,

이 발이 닿은 나머지 절반은 땅일 텐데...

오늘 이 눈에 뵈는 것은

하늘도 땅도 아닌 하얀 여백만 존재합니다.

온 천지가 하늘이고~

온 천지엔 하얀 눈만 있습니다.









 

쏟아진...

한라의 소낙눈에 소원성취 합니다.

과(過)한 것은 오히려 부족(不足)함 보다 못하다는...

하늘이 열린 것 입니다.

이 길을 걷는 자는 모두 열려있는 하늘로 오르고 있는 것 입니다.

자신도 모르는 사이...











[윗세오름 대피소]

 

물 한 모금 마시고

하얀 虛空 에서 숨을 고르니

하루에도 열두 번씩 바뀐다는 한라산의 날씨에 웃음만 나옵니다.

다시...

발길을 돌려 오르던 길로 내려갑니다.

더 이상~

오르지 말라는 그대가 야속(野俗)해 지는 시간입니다...

 


 

무엇이

두렵습니까...

무엇을

그렇게 不淨 하였습니까...

어여...

뿌연 허공속에서 헤어나게 하여 주소서...

 



어제...

하늘에서 본 구름입니다.

이렇게 황홀한 구름이 한라산을 하얗게 만들었습니다.

뿌연~

虛空만 바라보면 지루할까~ 한 장 끼워 넣습니다.

 




 

크게 굽이친

한라의 마루금도...

산에 사는 나의 친구들도...

저~ 아래 넘실대는 제주의 바다도 모두 하얀 품으로 들어왔으니...

애써

파란 하늘을...

넘실대는 구름을 ...

하얀 포말을 쏟아내는 바다의 풍경을 남기려 기웃거릴 필요가 있을까요.

그런...

사진을 담으려 애쓸 필요 있을까요.





















 


 

아무런 기억도...

아무런 추억 거리도 만들지 못했습니다.

머릿속이~

하얗게 되어 버렸습니다.

불과 세~네 시간 만에 모든 것이 하얗게 되어 버렸습니다...

그러나...

산 을 오르는 것은 希望 이라고...

또...

산 을 내려가는 것은 보람 이라고 말씀 드립니다.



[용두암]

 

산에~

있어야 할 시간에

바닷가를 서성입니다.

잊어버린 추억이라도 찾으러 온 것일까요...

겨울바다는

산에서 하얗게 만든 가슴을...

그리고 텅빈 기억을 푸른 빛으로 물들이려 합니다.




 

지난여름

무수한 밀어(密語) 를 기억하고 있을 이 자리...

오늘은 아무도 찾지 않는 쓸쓸한 벤치 이기에 잠시 앉아봅니다.

많이 차갑습니다.

엉덩이가...

그리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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