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고의 원시림 조용조용 다녀오세요

2005. 2. 20. 16:49休/관심 있는 곳

태고의 원시림 조용조용 다녀오세요
[오마이뉴스] 2004-08-03 03:50기사리스트로
[오마이뉴스 안동희 기자] 완전군장에 군용 트럭을 타고 가며 '인제 가면 언제 오나 원통해서 못 살겠네'라는 서글픈 노랫가락을 합창 메들리로 신나게 불러 제치던 곳, 제대를 하면 부대가 있던 방향으로 오줌도 안 눈다는 말이 있는데도 왜 이리 강원도 인제땅 방동골 그곳 그 시절이 그리운가? 그것은 내린천의 원류이자 마지막 원시림인 방태산 점봉산과 진동 방동계곡이 있기 때문이다. 또한 옛 고생스런 추억들도 가슴 한켠에 고스란히 간직하고 있기 때문이기도 하다.

지금이야 아스팔트 포장이 잘 되어 있어 시원스레 달려들어가 안길 수 있지만 15년 전 옛날에야 비포장 도로에 군용 트럭들만이 겨우 다닐 수 있던 길이었다. 이 길을 달려 방태산휴양림으로 들어섰다.

아이들에게 "아빠가 폭풍구보를 하며 죽을뚱 살뚱 달려 올라갔던 길이란다"라고 말하니 눈만 멀뚱하다. 아이들이야 폭풍구보를 알 턱이 없으니 그 지독한 고행도 당연 모를 것이나 언젠가 내 아이들이 자라 또 나처럼 군인이 되면 그제야 아빠의 말을 이해하게 될 것이다.

▲ 2단으로 흘러 내리는 높은집폭포
ⓒ2004 안동희
휴양림으로 들어서니 시원한 바람이 계곡을 타고 쏴아 내려온다. 널직한 마당바위에 짐을 풀어놓고 이 폭포 저 폭포라고도 불리는 2단으로 흘러내리는 '높은집폭포'로 올라갔다.

15m 높이의 폭포에는 바위 속으로 굴이 뚫려 있어 쏟아져 내려오는 폭포수 소리가 공명을 해 한껏 웅장한 소리를 토해 낸다. 한여름이라지만 아직도 녹아 내리는 깊은 산속의 얼음물이라 발을 담그고 있으면 이내 그 한기가 머리끝까지 줄달음쳐 올라온다.

▲ 높은집폭포 아래에 자리한 굴
ⓒ2004 안동희
방태산은 점봉산과 더불어 인제군 기린면에 있는 1435m의 고봉이 있는 백두대간 지류이다. 이곳은 옛부터 사람의 발길이 드물어 아직도 '살아서 천년, 죽어서 천년'을 간다고 하여 관을 짜는 최고의 목재라 일컬어지는 천연기념물인 주목나무가 자생하고 각종 진귀한 약초와 버섯이 풍부하며 특급수에서만 산다는 열목어가 서식하고 있다.

이 지역은 그 산세가 기기묘묘해 정감록에서도 물과 바람과 불의 재난이 들지 않는다는 삼재불입지처(三災不入之處)라 하여 각처에서 난을 피해 사람들이 들어와 화전을 일구고 숨어 살았다 한다. 허나 68년 삼척무장공비와 96년 강릉무장공비들의 도주로로 이용되어 피아간 전투에 의한 인명살상으로 6·25 민족동란 이후 근래의 민족적 비운이 서린 곳이기도 하다.

방태산을 내려와 방동다리에서 우측으로 접어 올라가면 방동약수터가 있다. 한국의 명수로 지정된 약수는 강하게 톡 쏘는 맛을 내는 탄산 이외에도 철, 망간, 불소 등이 다량 함유되어 있다.

특히 위장병에 효과가 있고 소화가 잘 된다 하여 약수로 밥을 해 먹으며 장기간 요양하는 사람들도 있다. 방동약수로 밥을 지을 때는 쌀을 씻은 후 오랫동안 충분히 불린 후 뜸을 충분히 들여야 한다. 이렇게 밥이 다 된 후 솥뚜껑을 열면 철분이 녹아들어 파리한 빛깔을 내는 약밥을 만들 수 있다.

방동약수에서 고개를 하나 넘어가면 또 하나의 숨은 비경인 '아침가리골'이 펼쳐진다. '아침에 잠깐 밭을 갈아도 다 간다'고 해서 아침가리라고 이름 붙여졌다고 한다.

이곳은 얼마 전까지만 해도 자칭 도사라고 하는 분이 허연 수염을 날리면서 약초를 재배하며 살았으나 보이지 않는 것을 보면 지금쯤은 아마도 신선이 되었을 것이다. 바지를 걷어올리고 계곡을 따라 걸으면서 태고의 신비를 간직한 자연경관을 만끽하기 바란다.

다시 방동다리로 내려오면 북쪽에서 흘러내리는 계곡 물길과 나란히 오르는 길이 있다. 이곳은 점봉산에서 흘러내리는 물길로 진동계곡이라 한다. 진동계곡은 장장 20여㎞에 걸쳐 있으며 곳곳에 명소가 즐비하고 야영을 할 수 있는 소나무밭도 있다.

이곳도 워낙 골이 깊어 그런지 일제에 의한 한자 표기에 멍들지 않고 대부분 우리 고유의 지명들을 그대로 간직하고 있어 더욱 살갑게 다가온다. 그 중 하나가 '바람불이'이다. 이곳은 사시사철 바람이 강하게 불어 나무들도 모로 누워 자라며 소가 날아갈 정도라 하여 '쇠나드리'라고도 불린다.

조금 더 올라가면 겨울이 눈이 많이 와 설피를 신고 다녀야 한다는 '설피밭'이 나온다. 이곳 사람들은 아직도 겨울에 설피를 신어야만 나들이를 할 수 있다고 하며, 겨울 동짓날 모여 설피축제를 하기도 한다.

이곳에서 좀더 오르면 야생화 군락지로 유명한 '곰배령'으로 갈 수 있으며 잘 걷는 사람이라면 내쳐 걸어 한계령 아래 오색약수까지도 갈 수 있지만 권하기에는 너무 험하고 위험하다.

방태산과 진동 방동계곡은 요즘 와서 조금씩 알려지기 시작한 가히 우리나라의 마지막 오지라 할 만하다. 부디 신비의 계곡이 태고의 잠에서 깨어나지 않도록 다함께 보호하는 마음으로 조용조용 흔적 남기지 말고 다녀오시기 바란다.

▲ 계곡 주변 약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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