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6. 9. 28. 18:50ㆍ山/산행 일기
단풍도 형형색색을 자랑하고 있지만
내 눈은 저 아래쪽 단풍보다는
자꾸 힘센 근육을 울끈불끈 자랑하고 있는 것만 같은 정상의 바위로만 향한다.
내설악과 외설악이 이토록 느낌이 다를 줄이야.
정말 설악산을 제대로 보려면 공룡능선을 타야 한다는 말에 동의한다
탁 트인 바다가
앞에 있어서 그런지
산도 더 가파르게 보인다.
바위 사이사이로
자리 잡은 소나무들이
아슬아슬해 보이기도 하고,
굳세어 보이기도 하는 묘한 감정을 느끼게 한다.
이제 공룡능선 끝에 거의 다 왔다.
신선대 바위 위에서 쉬면서 주변을 둘러보니 정말 입이 다물어지지 않는다.
동해를 배경으로 한 외설악의 장엄함이 한눈에 보이고,
단풍융단 위의 수놓인 나무들을 품은 내설악의 아름다움이 마구 요염을 떨고 있다.
멀리 대청 중청이잡힐듯 하다...
저 멀리서는
도저히 내가 넘어왔다는
사실이 믿어지지 않는 공룡능선의
바위들이 늠름하게 자리하고 있는 것이다.
문득, 뒤를 돌아앉으니 저 위로 대청봉이 손에 잡힐 듯이 그 위용을 드러내고 있다.
저 아래에는 무너미재가 있고, 거기서부터는 천불동 계곡으로 이어진다.
뜨거운 여름 그~푸르던 녹음은...
못내 아쉬어 하면서도 자신의 자리를 양보 하고 있다....
이제껏 공룡을 타고 왔으니 힘든 공룡은 메어놓고...
말로 갈아 타야지 ^^
마등령 ~ 세존봉 ~ 동해가 보인다...
지금 이 바위에는 신선들이 많이 보인다.
모자를 눌러쓰고 잠을 청하는 신선도 있고,
가부좌를 틀고 지그시 눈을 감고 명상에 잠긴 신선도 있다.
그 사이를 돌아다니며 사방으로 사진 찍느라 정신없는뭇 인간도 있다.
이제 공룡능선의 어려운 고비는 모두 넘긴 후라서 그런지 모두 밝은 표정들이다.
몸은 물론 무척 힘들지만 나도 힘이 솟는 것 같다.
16 시간의 대 장정을 마감할시간
비선대가 나를 반긴다...
과거 수 없이 다녀간 설악동...
나는 이곳 까지만 오면 설악을 다녀온 것 인줄 알았는데
어째든 자동차로만 왔던 이곳을 산넘고 또넘어 낯익은 동네를 찾아와 뿌듯 하다.
.
.
.
*** 하산하며 ***
/
물소리가 들린다.
/
/계곡이 가까워져 물소리가 들리는 것은 당연하다.
/
그런데 색깔이 묻어나는 물소리다.
/
안개가 색에 물들어 있었듯이,
/
지금 귀로 들리는 물소리에도 색이 묻어난다.
/
눈은 단풍을 보면서 귀로 흐르는 물소리를 들어서일까?
/
어느 물소리에서는 주홍빛이...
/
어느 물소리에서는 노란빛이...
/
어느 물소리에서는 붉은 빛이 묻어난다.
/
마치 물소리가 나는 곳으로 시선을 돌리면
/
물위로 단풍잎들이 둥둥 떠다닐 것만 같다.
/
단풍이 물든 산에는 안개도, 물소리도 모두 색에 물들어 있다.
/
그렇다면 그 곳을 걸어가는 사람들도 그 색에 물들지 않을까?
/
지금 내 마음을 물들인
/
이 아름다운 단풍색은 얼마나 오래갈지 모르지만
/
한참동안 나를 행복하게 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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