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하천~장터목 / 지리산

2009. 5. 9. 23:42山/산행 일기

 

지리산 셋째 날...

2009 년 05 월 04 일

연하천 07 : 30 ~ 장터목 20 : 10


별 하나를

바라 보았습니다.

아스라이 빛 나는 작은 별 하나를

가슴에 품었습니다.

별빛 사이로 내리는

방울방울 이슬을 맛 보았습니다.

밤 하늘을 가로 지르는

유성을 만났습니다.

 


[05 : 37 / 연하천 대피소 일출]

 

새날이

밝아 옵니다...

밤새 꿈 이야기를 나누는

새들의 속삭임이 재미있습니다.

조잘조잘~

변함없이

태양은 떠 오릅니다...

 


[연하천 대피소 / 06 :10]

 

은은히

들려오는

맑은 생명의 숨소리...

고요한

숲 속으로

마음 평온이 스며드는 오월의 푸른 햇살...


수많은 생명들이

또 하루의 시작을 알립니다.



[연하천 대피소 / 07 : 30]

 

또 걷습니다.

오늘은 어제와 또 다른 하루입니다.



 

멀리...

섬진강 줄기를 따라

하얀 운무가 형성 되어 있습니다.

고도에 따라

숲의 색이 다릅니다...

높은 곳은 아직 겨울 옷을 벗지 못하고 있습니다.

 



 


 

한 그루 입니다.

척박한 바위에 뿌리를 내리고

고난의 세월을 꿋꿋이 살아가는 소나무 입니다.

만날 때마다

두 그루인 것 처럼 담습니다.

외롭고 힘든 모습을

쓸쓸한 그림으로 남기기가 미안 합니다.

푸른 기상 잃지 말고

오랜 시간 한줄기 두 형제의

아름다운 모습으로 남기를 기원합니다.




 

[일엽초]

 

바위표면이나

늙은 나무의 나무껍질에 붙어서 자라는 一葉草 입니다.

주인은 잎눈도 트지 못한 채 아직도 한겨울인데.


겹 살이 일엽초는 무성히 자라고 있습니다.

잎 뒷면에 점점이

포낭도 갖고 있습니다.




 





산행 내내

애기 티가 줄줄 흘렀지만

참으로

대견스러운 산우 입니다.

엄마 곁에 꼭 붙어서

혹시나 넘어질까~ 힘들까~ 일일이 챙기는 기특한 행동이...

어릴 적

나의 모습을 보는 것 같아

산행 내내 흐뭇하였습니다. ^^*

항상 곧고 바르게 자라기를 바란다.~

자라면서

아주 오랜 세월...

멋진 추억의 이야기 거리가 될 것이라 생각 합니다.

멋진 놈~ㅎㅎ

 


 

[벽소령 대피소 / 12 : 17]

 

  


얼려간 삼겹살로

행복한 점심을 즐겼습니다.

맛있는 낮잠도 잠시 즐겼습니다.

밤새 이슬에 젖은 침낭도 일광욕을 시켰습니다.



 

또...

걷습니다.

햇살도 만만치 않습니다.

오후엔 더~길고 힘든 코스가 기다리고 있습니다.
 

[멀리 반야봉]

 


[손에 잡힐듯 / 천왕봉]




 


 

   


 

기다려 보세요...

힘들어 한다고 다독 거리지 마세요.

바라만 보아도

급한 마음은 여유로워지고

터질 것만 같던 심장도 고요해 집니다.

위로 한다며...

힘내라고 독려하지 마세요.

함께하는 마음만 있으면

산란(散亂)한 마음도 평온해 집니다.

기다려만 주어도

마음은 깊은 휴식을 가질 수 있습니다.

 


[칠선봉]




 





 

[멀리~ 반야봉... 그리고 노고단]



[17 : 54]

 

오늘도 반 쪽짜리

하얀 달이 멀리서 내려다 봅니다.

나머지반쪽을 찾으려면

며칠 걸리 겠지요~

쑥스러운지

가까이 오려 하지않습니다.

당길 수도 있으나...

오늘은 그냥 그 곳에 두렵니다.



 

세석 대피소에서

잠시 요기거리를 만듭니다.

게으른 산꾼들이지만

먹는것 만큼은 꼬박꼬박 챙깁니다.

산 에서는 먹은 만큼 걷는다고 하는군요~ㅎㅎ

 


[촛대봉]

 


[촛대봉을 내려서면서 / 천왕봉]

 

촛대봉을 지납니다

가까이 지리산 상봉인 천왕봉이 보입니다.

 

생각합니다

우리의 인생 길에

정신적 지주를 만나는 것은 행운이라고...

그러나 그 행운은...

결코 그냥 오지 않는다고..

최선을 다하는 자에게

어느 날 행운 처럼 오는 것이라고...

 

나의 인생 길에

누군가가 좋은 길 동무가 되어 준다면,

그 길 동무가

울타리도 되고, 기둥도 되어 준다면...

그보다

소중하고 행복한 일이 있을까...

 


 

뒤 늦은 사랑으로 만난 산은

나에게 그런 존재가 아닌가 생각합니다.

그는...

항상 말이 없습니다.

그러나

스스로 깨달음을 줍니다.

때론 환한 모습으로...

때론 성난 모습으로...

때론 혹독하게...

때론 인자하게...

山 입니다.

내가 사랑하는 ...




 





 

[장터목으로 가는길에 일몰 / 19 : 04]

 

고요합니다...

하루 해가 저무는 시간은 늘~고요합니다.


나를 떠나

하루 종일 쏘다니던 마음이

내게로 다시 돌아오는 시간입니다.

아니...

영혼이 집으로 돌아오는 시간입니다.


어둠을 받아드리고 있는 숲도

고요합니다.


천천히

어두워지는 지리산의 하늘에...

하나~ 둘~ 켜지는 별을 바라보며

나무들도 선체로 손을 모아 기도하는 시간입니다.

내가 어디에

내 솔직한 마음을 털어놓고

누구를 향해 간절하게 소망하는 바를 이야기해야 하는 시간입니다.

내가

진솔하게 나와 만나는 시간입니다.


내가

길을 잃을 때마다 어느 길로 가야 하는지...

인생길이

어딘지를 찾게 되는 시간입니다.


고요한 시간...

바로이 시간입니다.




 



랜턴을 꺼냅니다.

산아래 이름 모를 마을의 불빛이 반짝입니다.

산우들이 모두 지쳐 있습니다.

나도 지쳐 있습니다.

집 밖에선 잠도 자보지 않았다고...

너스레를 떨던 산우도 있었는데..

벌써 두 밤을 지새우고, 세 밤째입니다.

가까이에

장터목 대피소의 불빛이 보입니다.

와~ 다 왔다~~~

그러나 한 참을 또 걷습니다.

산에서 보이는 불빛은 가까워 보여도 멀리 있습니다.

여우불인가~~~

힘은 없지만 또 키득거리면서 걷습니다.

바람이 불어옵니다.

먼저 도착한 산우가 대피소 접수를 완료해놓았습니다.

세찬 바람으로

몸에 한기가 몰려옵니다.

오늘은 바람 때문이라도 비박은 어려울 것 같습니다.

꼬리를 내리고 대피소 안으로 들어갑니다.

몇몇 산우는 늦게까지

추억 만들기로 잠자리에 들어오지 않습니다.

서울서 오셨다는 옆자리 산객과

한잔~ 두잔~ 기울이며 이야기를 나눕니다.

대피소는

21시에 강제 소등입니다.

내일은

03 시 에 기상 하여야 합니다.

천왕봉의 일출을 만나기 위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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